New Zealand

Episode - 환승구에 갇히다.

Nicholas 2011. 7. 1. 09:02

드디어 출발일…


6월 14일
, 새벽 4시에 일어나 준비해 둔 짐들을 챙겨서 인천공항으로 출발했다. 안전한 여행을 기원하며…

 

일본의 지진 여파로 항공편이 줄어들어 새벽에 출발하는 항공편이 전부라 새벽에 출발하는 고생아닌 고생을 하게 되었다.

체크인 카운터를 찾아 짐을 부치고, 보딩패스를 받는데 뭔가 이상하다.

크라이스트처치까지 받아야 할 보딩패스가 시드니까지만 발급되는 것이다. 뭔가 찜찜하다. 뉴스에서 본 화산재와 크라이스트처치의 지진 여파로 여행을 못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확인차 물어봤더니 콴타스로 확인하란다. 일본까지는 JAL 항공을 이용하는 스케줄이라 뭐라 할말이 없었다.  이른 아침 시간이고, 콴타스는 서비스카운터도 없고… 추후에 일어날 엄청난 일의 전조가 이렇게 시작될 줄은 이때까지는 모르고 있었다. 


그래도 즐거운 마음으로 출국장으로… 
새벽에 출발하느라 아침을 못먹었으니 일단 주린 배를 채우러 라운지에 들러 간단한 아침을 먹었다. 배낭여행이라 면세품도 구입한게 없는터라 바로 게이트로 향하니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 

 

10시 30분경 일본에 도착하여 저녁 8시 30분까지는 대기시간이 너무 긴 듯하여 입국심사를 거쳐 나리타공항 인근의  카토리(Katori)라는 곳을 둘러보기로 했다. 이번 여행의 첫 일정인 셈이다.


카토리는 일본의 드라마나 영화의 배경으로 자주 나오는 전형적인 일본의 시골마을이라 하며, 카토리신사와 조용한 마을 길을 따라 둘러보는게 전부였다. 딱히 볼거리나 좋은 건 없었지만 사람도 없는 시골길을 걸어다니는 것도 재미아닌 재미였다.


카토리 신사를 나오며 늦은 점심을 먹기위해 식당에 들렀다.

일본어에 대해서는 일자무식인지라 열심히 사진을 보고, 세트로 표시된 메뉴를 시켰다. 잠시 후 주문한 메뉴가 나왔는데 뭔가 이상하다. 밥이 빠진 것이다. 메뉴판 그림을 가리키며 "Rice" 하고 말하니, 주문받은 사람이 뭔소린지 떠들고는 가만히 있는다. 말도 못하고, 글도 모르는 일자무식인지라 어찌 할 방법이 없어 "OK" 하고 말하니 그때서야 그 여자가 간다. 웬지 속은 듯한 느낌이지만 주린 배를 채웠으니 식당을 나왔다.

나오면서 바로 아랫집 식당에서 군것질거리를 발견, 저거 먹어보자고 와이프한테 말하니 와이프가 어이없어 한다. 식당에서 나오자마자…
일자무식은 사진이나 모형이 없으면 주문을 못하는지라... 사진을 보고 하나를 주문하니 꼬치에 찹쌀로 빚은 경단을 꽂아서 소스같은 뭔가를 바른거 2개하고, 자그마한 접시에 창포묵같은 것을 채썰어 놓은 냉채같은 것을 내준다. 시원한게 먹을만했다. 와이프한테 주면서 먹어보라고하니 괜찮다고 하네... 다 먹고 나니 옆에 뭔가가 있다. 넣어서 먹는거 같았지만 이미 다 먹은 뒤라...
둘이서 먹을거 다먹고 웃으면서 일어섰다.


조용한 시골 길을 다시 걸어 돌아가는 길을 재촉했다. 열차를 갈아타며 공항으로 돌아오니 6시가 좀 넘었다.
참고로 카토리는 일본의 지하철 구간이 아니라 일반 열차를 이용하여야 하며, 나리타역에서 갈아타야 한다.

무사히 일본에서의 대기일정을 마치고 시드니 비행기에 올랐다.

 

6월 15일, 아침 7시에 시드니 공항에 도착하여 환승센터로 향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도 못한 채로…

 

환승센터에 들러 보딩패스를 받으려고 줄을 서 있는데 콴타스 직원이 나와서 칠레에서 발생한 화산폭발의 여파로 화산재 구름이 호주까지 덮쳐 콴타스 항공의 대부분이 결항되고 있다고 한다. 각자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물으면서 필요하다면 호텔로 안내를 해주겠다고 따라오란다. 운항재개는 내일이 될지, 모레가 될지 모른다고 장난끼 섞인 목소리로 말하며...
(어떻게 준비해 온 여행인데, 여기서 좌절(?)… 있을 수 없는 일이였다.)


직원을 따라 가던 중 급히 여직원이 오더니 호명을 한다. 우. 리. 만.

무슨 일인가하고 갔더니 항공권이 제트스타에서 발권한 항공권이므로 해당 항공사 직원과 연결해 주겠다고 한다. 한국에서 코드쉐어라면서 발권해 준 항공권이 시드니에 도착해보니 저가항공사의 티켓이였던 것이다. 열심히 전화하던 직원이 30분 후에 제트스타 직원이 올테니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면 된다고 말하곤 사라진다. 이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이미 일은 벌어졌고, 어디 화풀이 할데도 없고...
“ 날 속였단 말이지, 한국가면 다 죽었어” 하면서 웃을 수 밖에 없었다.
 

30분쯤 지나고 나니 직원이 온다. 앞에 서있던 사람들이 끝나고 순서가 와서 물었더니 현재로선 운항여부가 불투명하니 오후까지 기다리다가 5시쯤 오면 확인을 해주겠다고 한다.

환승센터에 졸지에 갇히게 된 셈이다.


비행기가 안뜨면 어찌해야 하는지, 여행 일정을 변경해야 하는지… 별 걱정을 다해야 했다.

오후가 되면서 대기실 모니터에는 항공기 결항이라고 뜨는데 누구 하나 안내하는 사람은 없다. 크라이스트처치로 가는 사람이 우리만 있지는 않을텐데…

4시가 좀 넘어서 어찌해야 할 지 몰라 한국의 여행사로 전화를 했더니 여행사 직원은 자연재해라 어쩔 수 없다고 한다. 항공권은 어찌되었느냐고 물었더니 해당구간은 제트스타가 운항을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아무일 없다면 저가항공권으로 슬쩍 넘어가려 했었던 항공권 사기 판매에 걸린 것이였다. 그러던 중 아침에 봤던 제트스타 직원이 어찌 알았는지 다가와서 해당 항공편이 취소되었다고 말하면서 좀 있다가 환승센터로 내려오란다. 그리곤 사라진다.

잠시 후 환승센터로 내려갔더니 아무도 없다. 이젠 방법이 없어졌다. 그대로 공항 대기실에 갇히게 된 것이다.

어찌하던 나가야 한다는 일념으로 환승센터로 들어오는 검색대 직원에게 다가가서 항공편이 취소되어서 그러니 나갈 수 없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항공사 직원이 에스코트해야만 나갈 수 있단다. 일단 방법은 찾았는데 항공사 직원을 찾을 방법이 없다. 다시 올라가서 대기실 모니터를 확인하니 해당 항공사가 수속을 하고 있는 게이트가 있어서 찾아갔다. 수속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공항 밖을 바라보니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하늘은 시커멓다. 날씨 탓인지, 화산재 구름 때문인지…

한참을 기다리는데 수속이 끝나고 직원들이 우리를 한 번 보고는 그냥 가버린다. 어찌 저럴 수 있는지…

급하게 직원을 불러세웠다. 그리곤 대뜸 나가야겠으니 도와달라고 말하니, 내일 아침까지 기다리란다.  그리곤 다시 가려고 한다. (완전 어의상실...) 내일은 갈 수 있느냐고 다시 물으니 확답은 못하겠단다. 그럼 여기서 내보내 달라고 말하니 그때서야 옆에 있던 여직원과 상의한다. 여직원이 비자는 있는지, 짐은 있는지 묻더니 따라오란다. 어찌나 고마운지…

무한 상승하던 혈압이 제자리를 찾는다.

무사히 짐을 찾고, 입국심사대로 갔더니 이미 마감을 하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던 직원이 도장을 다시 챙겨서 여권을 확인하고 도장을 찍어준다. 둘만을 위한 입국심사는 아주 간단히 끝나고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입국 심사대를 나오니 직원이 필요한 건 없는지, 어떻할 것인지를 묻는다. (진작 그렇게 친절하시지...) 모르겠다. 계획을 변경해야할지 어떨지… 계획을 변경하여야 하면 차를 빌려야 한다고 말했더니 따라오랜다.

사무실에서 뭔가를 챙겨서 서류를 한장 건네주면서 호텔을 제공해 줄테니 쉬고 내일 아침 5시까지 공항으로 나와서 결정하라고 한다.

일단 밖으로 나왔지만 크라이스트처치 공항에서 받기로 한 차량은 약속 시간까지 받지 못할 것 같아서 해당 렌터카 회사 카운터로 갔다. 뉴질랜드에서 렌트한 차량에 대한 얘기를 하니 전화상으로 얘기하라면서 뉴질랜드로 전화를 걸어서 준다. 어설픈 영어로 한참을 얘기하는데 앉아있던 직원이 답답했는지 의자에서 일어선다. 열심히 통화하는 나를 쳐다보고 서있다. 통화를 끝내고 고맙다고 직원에게 얘기하며 수화기를 건네주니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웃어준다.

이렇게 호주공항에서의 황당한 일정을 마치고 숙소인 호텔로 향했다.

 

6월 16일 5시에 호텔셔틀을 이용해 공항으로 출발

체크 인 카운터를 확인하고 카운터로 갔더니 어제 봤던 직원이 아는 척을 하면서 첫비행기도 취소되었으니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물으면서 서류를 한 장 건내준다. 읽어보고 서비스카운터를 가리키며 저곳에서 얘기하면 된다고 한다.

일단 환불을 요청하였더니 취소된 항공권은 환불이 가능하지만 나머지는 콴타스로 가서 얘기하라고 한다. 서비스카운터를 알려주면서…

콴타스 항공 서비스 카운터로 갔더니 여행사로 얘기하면 처리해주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어찌 할건지 묻는다. 아마도 울룰루로 가야할 것 같다고 말했더니 좋은 시간 보내라면서 웃어준다. 우리 속은 시커멓게 타는줄도 모르고…


이제 어찌 해야할까…

호주에서 차량을 렌트하여 울룰루까지 여행할 건지, 뉴질랜드로 어떻게든 갈 것인지를…

 갈 방법은 있는지...
앞으로 얼마나 더 이런 사태가 이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비행기를 갈아타야하는 구간을 늘린다는 것도 모험과 같은 일이었으며, 이런 일로 정해진 일정에 차질이 생겨 귀국이 늦어진다면 더 큰 문제였던 것이다.

전혀 준비되지 않은 호주 여행을 감행한다는 것은 모험에 가까웠고, 나름대로 준비한 뉴질랜드 여행을 포기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였다. 이런 기회가 언제 올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니…


일단 크라이스트처치를 운항하는 항공편을 확인하니 에미레이트항공과 에어뉴질랜드가 있었다. 일단 확인부터 하기위해 에미레이트 창구로 갔다. 표를 살 수 있는지, 운항이 취소될 수도 있는지를 물으니, 자신들은 아직 운항 취소 계획은 없으며, 여기에서 표를 사면된다고 한다. 한시름 놓을 수 있는 순간이였다. 일단 목표대로 움직이고 상황에 따라 대처하자는 결론은 왕복표를 살 것인지, 편도를 살 것인지를 또 고민해야만 했다. 둘이서 열심히 얘기하고 있는데 한국인 승무원이 다가오더니 한국인이시냐며 묻고서 조언을 해준다. 아직 취소가 결정되지 않은 항공권은 환불받기 어려우니 일단 편도로 갔다가 문제가 발생되면 그때 표를 사도 되니 편도를 사라고 조언해 준다. 그렇게 하기로 하고 티켓을 받아들고 체크인 카운터로 향했다.

이렇게 어려운 여행이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던 순간들이 모두 해소되는 순간이였다.

 

계획된 여행이 약간의 차질은 있었지만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앞으론 정말 아무 일 없기를 바라며 비행기에 탑승했다.

진짜 어렵게 시드니를 탈출(?)하는 순간이였다. 항공권 한 장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였다.

 

뉴질랜드 입성

얼마간의 지체는 있었지만 무사히 목적지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듯이 저 멀리 남섬이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그 모습은 그동안의 고생을 한방에 날려줄 멋진 풍경을 우리에게 선사하며, 반겨주는 듯 했다

00시 50분에 도착하여야 할 크라이스트처치에 오후 3시가 넘어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